"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했습니다."
"친아버지(친어머니)는 수십 년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양육비도 받지 못했고 사실상 남처럼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사망한 뒤 연락도 없던 친부 또는 친모가 상속인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상속 상담에서 매우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녀를 키우지도 않았는데 당연히 상속을 못 받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혼했다고 해서 친부모의 상속권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민법 개정으로 일정한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제도를 통해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연락두절된 친부모, 양육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권과 생전·사후 상속권 상실 제도를 알아보겠습니다.
1️⃣ 이혼하면 친부모의 상속권도 없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부가 이혼하면 배우자 사이의 상속권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혈연관계는 유지됩니다.
따라서
① 친권이 없는 경우
② 양육권이 없는 경우
③ 수십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경우
④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에도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가 유지되는 한 상속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한 이혼만으로는 상속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2️⃣ 양육하지 않은 친부모도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민법상 부모는 자녀의 직계존속으로서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①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경우
②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③ 오랜 기간 연락이 없었던 경우
에도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자녀를 양육한 가족들이 큰 억울함을 느끼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3️⃣ 왜 상속권 상실 제도가 도입되었을까요?
대표적인 계기는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알려진 사회적 논의입니다.
어릴 때 자녀를 양육하지 않았던 부모가 자녀 사망 후
상속인으로 나타나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문제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민법은 일정한 경우 상속권 상실을 인정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습니다.
4️⃣ 상속권 상실은 어떤 경우 인정될까요?
민법 제1004조의2는 다음과 같은 경우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대표적으로
미성년 자녀를 사실상 유기한 경우
장기간 양육을 하지 않은 경우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생활비나 치료비 지원을 외면한 경우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② 피상속인 또는 가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입니다.
③ 피상속인 또는 가족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지속적인 폭력
학대
심각한 정서적 학대
그 밖의 사회통념상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5️⃣ 상속권 상실은 생전과 사후가 다릅니다
현재 민법은 피상속인 생전과 사후를 구분하여 상속권 상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① 피상속인 생전 의사에 따른 경우
피상속인은 공정증서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에 대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를 장기간 유기한 부모
부모를 학대한 자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
등에 대하여 상속권 상실 의사를 유언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망 후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게 됩니다.
② 피상속인 사망 후 공동상속인이 청구하는 경우
피상속인이 공정증서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권 상실 청구가 가능합니다.
공동상속인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연락두절 상태였던 친부 또는 친모가 상속인으로 나타난 경우
부모를 장기간 방치한 형제자매가 상속을 주장하는 경우
피상속인에 대한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나 학대 사실이 확인된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③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두 상실사유가 있는 경우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특별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이 직접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순위 상속인 전원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경우, 상속권 상실 선고로 상속인이 되는 후순위 상속인이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6️⃣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상속권 상실은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① 부양의무 위반 기간
② 부양의무 위반 정도
③ 부모의 실제 부양 능력
④ 피상속인의 생활상황
⑤ 피상속인의 부양 필요성
⑥ 상속재산 규모
⑦ 상속재산 형성 과정
⑧ 가족관계의 경위
즉 단순히 연락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되기는 어렵고
상당한 수준의 의무위반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7️⃣ 어떤 증거가 중요할까요?
상속권 상실 사건은 결국 증거가 핵심입니다.
부양의무 위반 관련 자료
① 양육비 지급명령 결정문
② 양육비 체납 자료
③ 생활비 미지급 자료
④ 치료비 미지급 자료
연락두절 및 방임 관련 자료
① 문자메시지
② 카카오톡 대화
③ 통화기록
④ 주민등록초본
⑤ 가족관계등록부
학대 및 범죄 관련 자료
① 가정폭력 신고기록
② 접근금지명령 결정문
③ 보호처분 결정문
④ 형사판결문
⑤ 수사기록
⑥ 진단서
감정적인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8️⃣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면 어떻게 될까요?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하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권을 잃게 됩니다.
특히 상속개시 후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된 경우에는 상속개시 시점으로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합니다.
즉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합니다.
다만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보호됩니다.
마무리
이혼했다고 해서 친부모의 상속권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친권이 없거나 양육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혈연관계가
유지되는 한 원칙적으로 상속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성년 자녀를 유기하거나, 장기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 있었던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현재는 피상속인의 공정증서 유언뿐 아니라 공동상속인,
나아가 일정한 경우 상속권 상실 선고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